4천원이라더니, 결제할 땐 6만원…공정위, ‘가격 눈속임’ 규제 검토
직장인 지아무개(33)씨는 최근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서 새로 살 마스크를 알아보다 혼란에 빠졌다. 케이에프(KF)94 마스크 10매당 3950원에 판매한다고 써져 있어 클릭했는데, 결제 단계에서 안내된 실제 가격은 달랐다. 마스크 사이즈 같은 필수 옵션을 선택하고 나니 최종 가격은 100매에 6만2800원이었다. 10매만 살 수 있는 옵션은 아예 없는 데다 기대했던 가격보다 50%는 더 비쌌다. 지씨는 “낚시를 당한 기분이었다”고 털어놨다.
이런 ‘가격 눈속임’을 규율하는 방안이 마련되고 있다. 26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공정거래위원회는 다크 패턴(눈속임 마케팅)의 여러 유형 중에서 ‘드립 프라이싱’(Drip pricing)을 우선 규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를 위해 연구용역 발주도 준비하고 있다.
드립 프라이싱이란 처음에는 상품·서비스 가격의 일부만 공개함으로써 소비자를 유인하는 마케팅 기법이다. 사업자 쪽에선 비싼 가격에 대한 소비자의 저항을 누그러뜨릴 수 있는 유용한 방법이지만, 소비자 쪽에서는 가격을 제대로 비교하지 못하고 구매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이는 온라인 플랫폼에서 자주 나타나는 행태다. 에어비앤비 검색 결과 화면에서 청소비 등이 제외된 ‘기본 숙박료’만 표시됐던 게 대표적 사례다. 실제로 플랫폼 입점업체는 드립 프라이싱을 통해 ‘낚시’를 할 유인이 더욱 크다. 검색 결과 화면에서 이들 업체의 판매가격이 한눈에 비교되는 데다, 이때 가격이 저렴할수록 검색 결과 상위에 위치할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마케팅이 소비자의 선택을 왜곡한다는 점이다. 소비자들은 나중에 추가된 가격에 주의를 충분히 기울이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2018년 김민정·이화령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이 에어비앤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소비자들이 기본 숙박료에는 민감하게 반응한 반면 청소비처럼 나중에 추가된 비용에는 유의미한 영향을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국외에서도 제재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호주 경쟁당국은 2015년 에어비앤비의 이런 가격 표시 방침이 소비자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에어비앤비는 이후 검색 결과 화면에 가격 총액을 표시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캐나다 경쟁당국도 2017년 자동차 렌탈 업체들의 드립 프라이싱을 제재한 바 있다.
공정위는 규제의 강도와 방향성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 먼저 현행 법으로는 제재가 쉽지 않다고 본다. 전자상거래법을 개정해 이를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만, 자칫하면 기업들의 마케팅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입점업체의 가격 표시 방식에 대한 플랫폼의 개입도가 제각각인 것도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에어비앤비는 일괄적으로 청소비를 기본 숙박료에서 제외해 문제가 된 반면,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는 옵션 가격을 상당 부분 입점업체 자율에 맡기고 있다.
http://naver.me/FwkW5mm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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